“일일 책방지기 SNS 성지, 책방 정류장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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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책방지기 SNS 성지, 책방 정류장을 아시나요?”
  • 이지수 기자
  • 승인 2021.11.22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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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나들이] 대전 대덕구 중리동 ‘책방 정류장’

※ 이 기사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대전시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대전시 ‘지역서점 인증제’에 등록(☎042-270-3883)한 엄선된 서점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책을 보지 않아도 찾아갈 수 있는, 정류장 같은 책방‘

원도심 작은 동네 골목에서 새로운 문화를 실험하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 책방 정류장 오민지 대표. 2019년 11월 대덕구 중리동에 동네 책방을 연 그는 인근 주민과 학생들에게 기꺼이 책방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모임을 하고 싶어도 공간이 없는 이들에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중리동에 책방에 연 것은 다른 지역구에는 동네책방이 하나둘 생기고 있는데 대덕구에는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한남대와 초·중·고가 밀집해 있어 다양한 계층이 찾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예상과 달리 대학생들의 발길은 뜸했지만 초·중·고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편하게 찾아와 보드게임도 하고 숙제도 하다 가는 중리동 ‘핫플’이다.

오 대표는 초·중·고생 대상 프로그램은 지원사업으로 운영한다. 돈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아이들이 돈이 없어서 책방에 오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는 처음에는 찾아오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게 내버려 두었다. 핸드폰만 보다 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너무 무기력하게 머물다 가는 것 같아 보드게임, 요리, 영화 관람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책방을 소중한 공간으로 여기고,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아이들은 책방지기의 손을 잡았다.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서서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방이 오래오래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책도 빌려준다. 책방지기의 책과 기부받은 책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읽은 책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기부했다. 이 책들을 대여해주면서 새로운 독자가 생기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동네책방을 연 이유가 궁금했다. “책을 온전히, 많이 읽고 싶어서였다”고 답한다.

10여 년 직장생활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렸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책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인생이 힘들어서 도움받으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책이 점점 좋아졌다. 그런데 서점에서는 잘 읽히는데 집에만 오면 똑같은 책도 잘 안 읽혔다. 그래서 책방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보고 싶은 책을 보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책방 정류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책방과 다른 점이 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다. 그는 책방이 꼭 책을 읽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책 없이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초등생과 대학생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같은 그림책을 읽기도 한다.

이런 활동들은 책방 정류장의 모토인 ‘다양성 존중’과 맥이 맞닿아 있다. 오 대표는 다양성을 주제로 서가를 큐레이팅한다. 그래서 책방 정류장에는 인권, 여성, 비건, 환경, 반려동물 관련 서적들이 많다.

지난해 4월 대전에서는 처음 시작한 ‘일일 책방지기’는 이미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는 책방지기가 자리를 비우는 날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다 인기가 좋아 9월부터는 매주 금, 토요일 2차례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일 책방지기가 되기 위해 서울, 경기, 부산에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갈수록 인기가 많아져 사전예약 대기자가 밀려 있을 정도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뭘까? 신청자들은 대부분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로 일일 책방지기를 자처한다. 각박하고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책방 고객이 많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일일 책방지기들은 “그래서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다.

심야책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해는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금요일에 ‘책으로 배워서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책 ‘제로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를 읽고 직접 실천해본 경험을 나눈다.

동네책방을 창업하고 싶은 이들이 찾아와 동네책방의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으면 오 대표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답한다. 또 “내 행동에 내가 책임질 수 있어서” 좋다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경험을 하면서 자존감도 올라간다.

그는 자신이 책을 선별하고, 판매를 책임지고, 프로그램을 짜고, 공모사업에 지원하는 등 책방과 관련한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오 대표는 “직장에서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책임을 지기도 하고,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당위성이 없이 일하는 게 불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책방지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책방이 잘되던, 안되던 자신이 선택한 일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망하는 것까지 책임질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책을 팔고, 보고, 쉬어 가는 공간’ 책방 정류장이 오래도록 동네 사랑방으로 남아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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