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석청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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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석청형님
  • 탄탄(동국대 출강)
  • 승인 2024.03.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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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늘 결핍에 시달리리며 산다 

어릴적에 일찍 절집에 버려진 타의에 의한 동진출가는 삭막한 절집의 인정에 곯았더라니, 

어떤 화상 어릴 적 젖배를 하도 곯아서 풍만한 여인의 젖가슴만을 그리도 갈구 하더라니 

수덕사 깨복쟁이 천방지축 천덕꾸러기로 한세상을 대충살며 성장했더니, 

잘 못 끼운 단추로 견지동 땡추 1번지 사판 노릇에 마냥 허송세월을 하며 밤세워 위와 간을 혹사했나, 

조계사마당 한구석 시궁창 다라이 함초름 이슬 머금은 연꽃 달빛에 그 잔영이 하도 곱더라네 

하여서 밤새 솎아내며 새벽잠 못이루다가 모래알 같은 아침 공양으로 간신히 요기를하고 헛 구역질하며 출근을 한 아침나절 

산중의 청정 도량으로 거처를 옮겨 볼까를 늘 서원 했지, 

속절없는 세월 끄슬려지고 진창에 깊숙히 빠져 만신창이로 허덕이고 

선풍도량 수덕사의 전설적인 수말사 섬도 되고 뭍도 된다는 간월도량에서 한세월을 낚으려 했더니,이도 여의치가 않아서 

늦은 어느 봄날의 비맞고 축처진 목련 꼴이었던가, 

허망하게 우수수지는 낙엽꼴 이었던가, 

목탁 소리만 급히 챙겨서 허공중생계 동서사방을 떠돌았지, 

일산 동대 병원에서 입원중 긴급히 그 닉닉한 무색무미의 피양랭면 한 사발이면 답답한 속도 시원해지고 까칠힌 입맛도 씻길듯 하여 공수하라는 특명이 있어 엽전 몇푼을 간신히 챙겨 장거리 택시를타고 서둘러 긴급히 동국병원의 로비로 손수 배달을 하였더니, 

천진난만 동자승이되어져서 천신만고 치료 후에 이토록 맛난 산해진미는 난생 처음이시라며 종종 챙기라 하시더니, 

한 겨울 그 찬 냉면 한사발이 실존적붓다에게 올린 춘다의 입멸전 최후의 공양인듯,불어 터진 냉면 한사발은 이 못난 아우의 마지막 진심공양이었구료 

저물어가는 서해 다리를 건너오며 형님이 속히 마지막 버스를 의도적으로 놓친듯 빠이 빠이 보내고는 척박한 이 생의 진창일지언정,몇날며칠 이라도 조금만 더 살아주기를 관음보살께 그토록 간절한 청을 하였건만, 

수일동안을 무정히 전화를 받지 않기에 속없는 아우는 깊이 병든 당신을 오히려 탓하며 원망도하며 지내 보냈다오 

염불에 굽어진 이 아우 예전의 사미가 된듯 허구헌날 천수를 읊으며 
노을속으로 사라져 간 형님의 왕생이나 염하려 하오니, 

부디 가시는 길 허름한 주막이 있거들랑 곡차 한잔은 잊지를 말고 마다 하거나 사양도 마시고 벌컥 벌컥 시원하게 들이키시여 지난 생의 타던 갈증을 말끔히 해갈하소서 

잘 산 중이든,못 산 중이든,손에 쥔 것이라고는 부처 뒤에 몰래 숨겨둔 업장 한자락뿐 이외다 

석청형님!
이 우둔한 아우와 장엄하게 지는 노을 한켠 바라보며 텁텁한 탁배기 한잔을 못나누고 그리 무정하게 정말 떠나시기요? 

겨우 겨우 연명하던 세상살이에 그리도 힘에 부쳤던 모양이지만, 

오랜세월 짧지만 긴 추억의 한 장면이 이토록 사뭇치게 스치는데 새벽녁 이 아우 눈물바람이 웬말이란 말이요 

사는 동안의 결핍일랑 이제는 깡그리 잊고 관음의 따듯하고 자비하신 품에서 오래도록 실컨 잠이나 주무시구료 

다음생에는 오지게 진실하고 착하게 수행하는 이판노릇을 하며 한 곳에 오래 머물고 정법의 당간을 세우는 그런 참중이나 되어 보자구요 

우리 형님 뒤 돌아 보지 마시고 부디 잘가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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